남녀 탐구생활 ~소녀시대 목격편~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 감상 2부)

    



    남자는 오랜만에 뮤지컬을 보러 왔어요. 그것도 무려 소녀시대 제시카가 나오는 뮤지컬 이에요. 뮤지컬을 보러가는 자기자신의 메트로폴리탄적 간지와 소녀시대 제시카 얼굴을 본다는 생각에 남자는 매우 설레어요. 그리고 남자는 극장에 들어서고나서 정확히 두가지에 깜짝 놀라요.

    ‘어? 나는 세 번째 줄 예매 했는데?’

    
그러나 할렐루야. 내 자리가 무대에서 두뼘 정도 떨어진 제일 앞자리에요. 그 압도적인 거리감은 거의 대부분의 콘서트에서 펜스를 잡고 난리 부르스를 추는 남자도 몇 번 느껴보지 못한 것이에요. 원래 뮤지컬은 무대 전체를 관망하며 디테일을 짚어봄과 동시에, 배우의 미묘한 연기를 동시에 감상 할 수 있는 특정 거리의 좌석을 제일로 친다는 사실 따위는 이미 안드로메다 저편으로 날아갔어요. 무려 제시카 여신님을 뵙는데 그딴건 아무래도 좋아요. 남자는 왠지 좋은 하루가 될 것 같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레요. 그 순간 두번째 shock 이 남자의 뒷통수를 내리쳐요.

    
‘헐 , 소녀시대 단체 관람왔네?’

    
난리났어요. 공연시작하기 정말 직전에 줄줄이 소세지로 들어 오고들 계세요. 관객들 표정 관리가 잘 안되요. 이미 공연따위는 아무래도 좋다는 사람들이 속출해요. 저 옆에 앉은 어떤 형님, 맨 앞자리 앉아있는 사람이 여자친구 옆에 놔두고 일어서서 뒤에만 보고 있어요. 그 와중에 커튼은 내려왔고 아쉽지만 이만 공연에 집중 하도록 해요.

    
1부가 끝나고 인터미션이 시작 되었어요. 그러나 아무도 나가려고 하지를 않아요. 어떻게든 소녀시대의 일거수 일투족을 스토킹 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극장도 소녀시대를 보호하려는지 인터미션 시간이 되었는데도 불을 키지를 않아요. 남자도 거기에 동참하고 싶었지만 문화인로서의 자존심이 허락 하지 않아요. 아쉽지만 불이 켜지기도 전에 쿨하게 자리를 떠서 극장 밖으로 나가요. 맨 앞자리는 정말 킹왕짱 이었어요. 남자는 제시카가 내 앞에서 좀 살았던것 같은 황홀한 경험에 몸둘바를 몰라요. 남자는 제시카 얼굴에 뽀두락지가 몇개났고, 제시카가 치마속에 겹쳐입은 속바지의 길이가 그리 짧지 않다는 사실 등을 이제 알아요.이런건 온 사방에 염장질을 질러줘야 해요. 남자는 대충 통로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전화기를 들어요. 그 순간, 엄마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아이씨. 이런 중요한 순간에.'

    
살짝 짜증이 나지만 남자는 친절하게 엄마의 전화를 받아요. 밥은 먹었냐는 엄마의 말씀에 준비된 곰보빵 집어 먹었다고 답변을 해요. 

    
그런데 바로 그 순간, 한 50cm 떨어진 맞은편 벽에 달린 문이 열리더니 티파니가 튀어 나왔어요.

    
언제나 헤실 헤실 웃을것 같던 티파니, 표정 관리가 전혀 안되어 있어요. 건드리면 베일것 같고, 입 열면 얼어버릴것 같은 무심하고 시크한 표정으로 문 열고 걸어 나오다 바로 앞에 위치한 왠 시커먼 덩어리를 봐요. 티파니, 당황해요. 물론 남자는 더욱 당황 해요. 

    
그렇게 둘은 눈이 마주친 상태로 거의 1초 정도 굳어져 있어요. 마치 시간이 멈춘것 같아요. 그러나 티파니 앞에서 간지를 잃을수는 없어요. 남자는 필사적으로 차가운 도시인을 연기하며 통화를 계속해요. 말투에 허세가 줄줄 흘러 넘치기 시작해요. 갑자기 말꼬리가 다나까로 끝나고 목소리가 느끼하게 깔리니까 엄마가 왜 전화를 이상하게 하냐고 갈구기 시작해요. 그러나 그딴건 아무렇지도 않아요. 

    
나머지 멤버들이 티파니 뒤로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에요. 

    
남자는 이제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이 잘 안가요. 그러나 끝까지 허세를 유지해요. 두 말할것도 없이 남자의 머릿속에서는 '닌텐도 씩스티 포오~' 대신 '소녀시대~' 가 울려 퍼지고 있어요.

 

 

    이미 멤버들은 다 지나갔지만 남자는 계속 소녀시대가 튀어나온 문만을 뚫어지게 쳐다만 보고 있어요. 그리고는 인터미션 10 분 남았다는 종소리에 거의 하이킥을 해가며 극장안으로 들어가요. 오늘 정말 존나게 좋은 날이에요.


    뮤지컬 자체는 생각보다 아주 괜찮았다. 이전 글에도 강조 했지만 기본적으로 리메이크 라는 사실 자체가, 어느정도 작품 퀄리티의 한계선을 그어 버릴수밖에는 없는 상황에서 이정도까지 재미있으면 본전은 충분히 찾은 셈이다. 제시카 양 같은 경우 절대로 함량 미달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뮤지컬 배우로서 충분한 퍼포먼스를 보여 주지도 못했다. 아쉽게도 목소리를 내는 방식이, 연기를 보여주는 방식이, 노래를 하는 방식이 너무나도 틀린 두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들지는 못하더라.

    그래도 그딴건 아무래도 좋아! 난 소녀시대를 봤어! 봤다고! 으헝헝헝헝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by 姜氏世家小家主姜世振 | 2010/01/25 02:07 | 萬流書庫 (萬物) | 트랙백(1) | 덧글(8)

트랙백 주소 : http://jediyoda.egloos.com/tb/5182803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Tracked from 姜氏世家秘傳保管所 (e.. at 2010/01/25 02:11

제목 :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 ~1부 : 전적으로 진지한..
본격적인 감상을 써내려 가기 전에 앞으로 이 글이 진행될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해두고 싶다. 뮤지컬 'Legally Blonde' 는 참으로 오랫동안 내 머릿속에 머물며 그 모습을 바꿔왔다. 시작은 2007 년. MTV 에서 녹화 방송 된것을 스쳐 지나가듯 보았을때는 그저 뮤지컬도 존재한다는 정보의 편린에 불과했다. 몇달 후, 브로드웨이의 휘황찬란한 광경 앞에서도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던 거대한 광고판......more

Commented by 갈매나무 at 2010/01/25 06:2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부러움을 필설로 형용할 수가 없네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mmented by 비틀린나무 at 2010/01/25 09:26
으아아아앙 부럽다 ㅠㅠ ㅠ
Commented by 몽몽이 at 2010/01/25 12:04
크오옷~ 너무 부러워요
Commented by 소우현 at 2010/01/25 12:55
부럽다아아아아아아아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mmented by 미스타장쭌 at 2010/01/25 13:03
으허허허허억어거언 이,ㅓㅜ ㅁ기ㅏ저ㅟㅏㅇ루ㅢㅁㅈ두깆ㄷ조낸부럽습니다으아아아ㅓㅜㅠㅁㅈ디ㅜ리나ㅓ루
Commented at 2010/01/25 21:4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姜氏世家小家主姜世振 at 2010/01/26 04:28
뿌.....뿜었. ;;;;;
Commented by 샤린로즈 at 2010/01/30 15:05
아는분 따라 방송국 들어갔다가 복도에서 소녀시대랑 마주친 1人...
순간 당황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