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3월 30일
John Legend 'Evolver' Tour on Seoul (존 레전드 내한공연) ~전설을 만나다.~
내한공연, 특히 콘서트가 변화하고 있다. 턱없이 부족한 전용 공연장의 수, 언제나 같은곳에서 보게되는 '빅 타이틀 급 공연', 공연의 열기에 비해 형편없었던 사운드, 준비 등등등. 작년 중반부터 그 전반에 걸쳐 일종의 진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가장 큰 변화를 이루었다고 보는 부분은 바로 음향. Rock 과 Dance 뿐만이 아니라 R&B, Hip Hop, Acid Jazz 와 Alternative 등 한국을 찾는 아티스트들과 그들이 구사하는 장르의 스펙트럼이 넓어짐에 따라 안좋은 환경속에서 나름의 자구책을 찾은 느낌이랄까. 이야기인 즉슨, 전용 공연장의 부재가 역으로 비 전용의 체육관 공연에서의 셋팅 노하우를 키우고, 올라간 내한공연의 위상이 아티스트측 에게는 준비에 있어서 보다 성의를 다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대략 1년동안은 곡 하나가 거의 반 정도 지나갈동안 보컬의 소리가 기타에 완전히 묻힌다거나, 한쪽 스피커가 난데없이 다 죽어버린다거나, 센터 스피커만 미친듯이 볼륨을 키워놔서 플로어 앞쪽에서는 귀를 틀어막느라 음악을 감상하지 못하는 사태같은 것은 전혀 찾아볼수 없었다. 그리고 어제 있었던 전설적인 남자의 전설적인 첫공연, 'John Legend Evolover Tour' 의 서울 공연은 그 결정체를 보는듯 했다.
일반적으로 내한공연이 오프닝을 생략하고, 하더라도 국내 아티스트들을 섭외해서 하는것과는 달리 이 공연은 오프닝 아티스트 또한 투어의 일부인, 보다 전통적인 방식을 취했다. 조명이 꺼지고 막이 올라간 무대에 올라간것은 신인 'Vaughn 'VA' Anthony' (그는 본 공연 -John Legend 의- 의 남성 코러스를 맡고 있기도 하다.) EP 하나와 싱글 하나만을 출시한 생짜 신인 답게 선보인 4곡이 전부 생소했기에 분위기가 그리 달아오르지는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수준높은 무대였다고 생각한다. Ne-Yo 나 Usher 같은 가느다랗고 기교있는 목소리는 아니지만 상당한 성량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곡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것인지, 프로듀싱을 잘못한 것인지 선보였던 곡들 전부 멜로디 진행이 보컬과는 좀 따로 논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건 나중에 본인이 보완할 문제이고.....

공연이 끝난 후 스탭이 나눠주는것을 냉큼 받아온 Set List.
완성도가 끝내줬던 공연만큼이나 스탭들도 친절해서 뜯어서는 바로 객석에 전해주었다.
이로써 내가 모은 내한공연 Set 은 세개.
20 분 남짓한 짧은 오프닝, 그리고 그보다 조금 더 길었던 일종의 인터미션 -오프닝과 본공연 사이의 간극이 좀 쌩뚱맞다 싶을 정도로 긴것 또한 미국식이라고 할수 있겠는데- 후,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튀어나온 전설의 이름을 가진 남자를 만날수 있었다. 모두가 무대를 주목할때 객석 뒷쪽의 출입구로 들어와 플로어를 가로질러 무대로 올라가 버린 것이다. 존 레전드가 무대로 올라갈동안 흐르던 Intro 를 제외한 첫곡은 'Used To Love You'. Evolver 투어 전반에 걸쳐 첫곡으로 사용된 1집 Get Lifted 의 곡이다. 첫번째 문단에서도 강조한 '음향의 극적 진화' 를 이때부터 분명하게 느낄수 있었다. 전자 기타, 베이스, 드럼같은 기본적 인스트루먼트 와 함께 관악이 세종류 -트럼본, 트럼펫, 섹소폰-, 거기다 신디사이저까지 들어가는데도 악기 하나 하나의 분리를 완벽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해낼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고 무엇보다 보컬을 확실하게 독립시키는 사운드가 일품 이었다.
존 레전드의 가창력은 압도적이었다. 무대매너는 폭발적이라 할것까지는 아니었지만 카리스마가, '간지'가 철철 넘쳐 흘렀다. 별다른 움직임 없이도 무대와 객석을 장악하는 능력은 과연 자신의 이름을 감히 전설로 지을만 하다 싶을 정도였다. 그렇게 7번째 곡 'Let's Get Lifted' 까지가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리고 공연은 전혀 다른 차원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존 레전드가 피아노 앞에 앉기 시작했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 'Where Did My Baby Go' 가 기꺼이 복습할 가치가 있는 곡임을 깨달았다. Slow Dance 때는 여성 관객 한명을 무대위로 초대해 거의 기절 직전까지 몰아간 서비스 -안고 춤을 추고는 피아노 위에 올려진 장미 한송이 주고 내려보내는 그 매너- 에 감탄했다. 그밖에 다른 곡들도 정말 다 너무 좋았다. 조금도 떨리지 않는 안정된 보컬과 연주, 녹음에서는 느껴지지 않는 기교와 몇번을 칭찬해도 모자랄 내한공연의 수준을 뛰어넘은 사운드에 난 가장 가운데 블럭의 가장 앞줄, 가장 가운데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보다 더 좋을수는 없었다. 그렇게 공연은 끝을 향해 치달았고, 존 레전드는 노래했다.
"Give me the green light....."
그리고는 소리쳤다. "Are you guys ready to step up? (일어설 준비 됐습니까?)"
이 상황에서 그냥 자리에 앉아 있을 사람이 있을까? 비록 두발자국 앞이지만 튀어나가 펜스를 잡고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깜짝 선물을 받았다. 무대로 튀어나온것은 T, 바로 윤미래였다!
그녀의 랩핑은 내가 평소 상상하던, 막연히 어떤 경지에 올라가 있을것이라 추측하던 그녀의 실력을 훨씬 웃돌았다. 본좌 둘이 만드는 하모니가 무대위를 휘돌았다. 분위기도 끝내주는데 이렇게까지 가까워도 되는건가 생각하면 지금도 행복하기 그지없다. 그렇게 존 레전드는 예고된 앙코르를 위해 잠시 무대를 떠났다.
여담이지만 내가 공연전에 '연습용' 으로 준비해간 Set List 는 3월 9일 있었던 영국 Brixton 공연의 그것이고 위에 올려놓은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내한공연의 그것과 완전히 동일하다. 그러한고로 앙코르에서는 가장 좋아하는 곡이자 국내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그의 대표곡 'Ordinary People' 이 관객들을 기다린다는 사실이 자명했다. 오로지 목소리와 피아노 연주 만으로 감동을 주는 이 곡. 어제는 관객들이 기꺼이 한몫 거들었다. 후렴 가장 마지막의 'Take it slow~' 부분을 존 레전드는 기꺼이 관객들에게 양보했고 그들은 이에 부응했다. 한국의 공연문화를 대표하는 '떼창' 이 어김없이 발휘되는 순간 이었다.
존 레전드 본인이 지금까지 본인의 가장 자신작이라는 3집 'Evolver', 그 안에서 가장 웅장한 'If You're Out There' 를 마지막으로, "You Guys made me wanna come back really soon." 라는 의미심장한 인사를 마지막으로 공연은 깔끔하게 막을 내렸다.
2009 년은 전세계인 모두에게 무척 춥고 괴로운 한해임에 틀림이 없다. 문화 생활에 어느정도 투자할 여유가 있는 공연, 음악광들 역시 이 한파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하다. 티켓값이 오르는것은 물론 공연 자체가 몇 열리지 않아 즐거움을 얻을 기회가 줄었다. 그런 의미에서 4월 첫째주는 본좌급의 공연 여럿이 한꺼번에 몰려있어 -존 레전드, 오아시스, 에프게니 키신 등- 가뭄에 단비같은 한주가 아닐수 없다. 그 첫 테이프를 끊은 존 레전드가 이렇게까지 잘해주어 고마울 따름이다.
2009 년 3월 29일 저녁, 난 전설을 보고왔다.
이 글과 관련있는 글을 자동검색한 결과입니다 [?]
- P.D.A (We Just Don't Care) - John Legend by 앙탈
- John Legend - Everybody knows by 마르슬랭
- 이것저것 by T-Bell
# by | 2009/03/30 21:38 | 萬流書庫 (萬物) | 트랙백 | 덧글(4)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정말 최고였습니다.
그리고 어디로 가져가시는지도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도 보고싶군요.
http://club.cyworld.com/drugstoremuziq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