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ew Broadway Musical 'Wicked' in Boston -최고가 되는데는 이유가 있다.-

 



 동화 '오즈의 마법사' 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는 어떤가? 십중 팔구는 존재 하지 않는 세계의 신기한 풍광에 대한 묘사와 박진감 넘치는 모험, 동화 특유의 교훈적 메시지에 사로잡혀 작품속의 사상자수를 외면해 버리고 말것이다. 도로시는 둘이나 죽였다. 오즈에 발을 디딜때부터 동쪽 마녀를 짓밟았으며 다분히 우발적인 동쪽 마녀의 경우와는 달리 서쪽 마녀는 손수 처리하는 대담함을 보였다. 뮤지컬 'Wicked' 은 여기서 더 나아가 사방의 마녀가 가진 일반적 이미지 -Wicked & Good- 가 사실은 오즈의 위정자들이 통치의 편의를 위해 조작한 것에 불과하며 죽임을 당한 두 마녀야 말로 선인, 희생양에 불과하다는 거대한 음모론을 배경에 깔고 있다. 

 서쪽의 사악한 (Wicked) 마녀 엘파바의 인생은 불행의 연속이었다. 천형 (天刑) 인 초록 피부는 그녀의 가족조차 그녀로부터 멀어지게 했고, 가공할 마법의 재능으로 인해 그녀 주변에서 벌어지는 각종 기이한 사건은 호기심을 가지고 접근하는 자들조차 밀어내었다. 반면에 남쪽의 착한 (Good) 마녀 글린다의 인생은 언제나 장및빛이었다. 타고난 미모와 친화력은 그녀가 어디에 있건 그녀를 우상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녀가 가지지 못한것은 단 하나. 마술의 재능뿐이다. 그리고 그녀는 그 누구보다 마법사가 되고 싶어했다.

 그녀들은 마치 하나의 자석 같았다. 자석의 양극은 완전히 성질이 다르지만 그 끝을 공유하고 있듯이, 엘파바는 -지나치게- 지적이고, 냉소적이며, 고집이 셌고 글린다는 다소 멍청하고, 모든일에 긍정적 이었으며, 변덕이 셌지만 이들은 선한 마음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석의 양 극이 서로를 당기듯이 그녀들은 서로에게 끌렸다.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상대를 사랑했다. 글린다가 엘파바의 유일한 친구가 되는것은, 엘파바가 글린다의 수많은 친구들 중에서 가장 특별한 하나가 되는것은 그래서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운명은 그녀들에게 잔인했다. 손 마주잡고 찾아간 에메랄드 시(市) 에서 너무나도 무서운 진실을 마주하게 된것이다. 위대한 마법사에게는 마법의 재능이 없었고 그는 엘파바를 자신의 정권 유지를 위한 도구로써 이용하려 했다. 환멸을 느끼고 에메랄드 시를 뒤로하는 엘파바에게 사악한 마녀라는 누명을 씌우고 주살하려 한것도 그다. 현실은 선택을 강요했고 그녀들은 완전히 다른 길을 걷게 된다. 생존을 위해, 옳다 믿는 바를 실현하기 위해 엘파바는 오즈의 최대 위협으로서 위대한 마법사-이것은 절대 권력자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에 맞서기로 한다. 그리고 글린다는 마법사의 곁에서 그의 뜻을 민중에게 전하는 선전 도구이자 공공의 우상으로써 만인지상 일인지하의 권위를 누리게 된다.

 딱 여기까지가 뮤지컬 1막까지의 진행이었다. 동화를 보고 읽으며 느꼈던 긍정적 감정이 송두리째 뒤집어 지는것이 느껴지는가? 그렇다면 평소 뮤지컬 하나 분량의 리뷰 지면을 다 활용하면서까지 시나리오를 묘사한 내 우행(愚行) 에 조금이나마 보람을 느낄수 있을것이다. 어쨌거나 내가 느낀바가 그러했다. 거대한 충격이 뒤통수를 때렸다. 이 뮤지컬에는 동화의 세계와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외모 지상주의, 인종 차별, 알게 모르게 팽배한 파시즘과 권력자들의 언론조작 같은 '현실' 이 무서울 정도로 디테일하게 투영되어 있었던 것이다. 극이 전하는 메시지는 너무나도 강력하다.

 '우리가 wicked 하나 믿고 있는것이 사실은 그렇지 않을수 있다.
  그리고 우리를 믿게 하는 것이야말로 사실은 wicked 할수 있다.
  그래서 현실은 다분히 wicked 하다. 동화속 세계 오즈와 같이.'

 이것은 뮤지컬 'Wicked' 을 문제작을 만들기에 충분한데 보통 이런 진보적이고 풍자적인 뮤지컬이 독립적인 성격이 강한 소극으로 꾸며지는 반면 'Wicked' 은 브로드웨이 전체에서 손꼽히는 소위 블록버스터 뮤지컬이다. 천변만화하는 무대의 색은 '아이다' 를 능가하고 무대 장치의 스케일은 '오페라의 유령' 에 비견될만 했다. 노래는 고전 영화 '오즈의 마법사' 에서 느낄수 있었던 고전미와 현대 팝의 감성을 함께 갖춘, 철저한 계산하에 만들어져 들어가 있었다. 거기에 적재적소에 들어가 있는 유머러스한 대사와 배우들의 적절한 연기까지. 이것은 뮤지컬 팬들을 황홀하게 만드는 모든것이 여기에 있다는 이야기에 다름이 없지 않은가.

 그래서 난 이 뮤지컬을 가장 화려한 비극으로 보았다. 관객들은 서쪽 마녀의 최후가 어떠한지 이미 알고 있으니까. 그러나 'Wicked' 의 결말은 내 생각하고는 다르게 완전한 비극으로서만 마무리 되지는 않는다. 자세한 것은 스포일러가 되기에 발설할수 없으나 확실한것은 작은 복선을 모아 결정적 한방의 반전으로서 터트리는 21 세기 초의 시나리오 트렌드를 극 안에서 다시 한번 볼수있다는 사실이다. 

 자, 그렇다면 이제 한번 정리해보자. 이 뮤지컬의 강점이 될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진보적이고 강력한 메시지와 그것을 담은 거의 완벽한 시나리오, 장대한 스케일과 화려함을 갖춘 셋트와 귀에 팍팍 꽂히는 노래까지. 여기서 다시 한번 부제를 강조하고 싶다. 최고가 되는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글을 쓰며 커튼콜때 기립박수를 치며 느꼈던 감동을 되새김질해 보았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가까운 미래, 한국에서 'Wicked' 을 볼때를 기대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왠만한 흥행작은 이미 다 선을 보였다는 사실을 생각할때 그 날이 그리 멀지많은 않으리라. 'Wicked' 이 몰고 올 폭풍속에 내가 자리할수 있기를 바란다.

by 姜氏世家小家主姜世振 | 2007/11/08 14:38 | 萬流書庫 (萬物)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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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Forever at 2007/11/08 19:00
꼭 보러갈게요
Commented by 쇼코라 at 2008/04/28 17:46
위키드 태그를 통해 흘러들어왔습니다.
저는 극단 시키의 위키드를 봤습니다만, 정말로 감동적이었어요.
트랙백 신고합니다. 제 조잡한 감상문으로는 도저히 이 뮤지컬의 매력과 감동을 전달할 수가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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