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7월 06일
M.I.L.K ~이제는 사라진 정통파 여성 아이돌 팀들을 추억하며~ # 번외편

2편은 잠시 잊으라.
M.I.L.K 는 대체 어떤 팀이었나?
그녀들의 멸망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그녀들이 얼마나 '완벽' 했는가를 이야기 할수밖에 없을것 같다. 그러기위해 먼저 아이돌 그룹이 대략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지는지를 각해보자.
자고로 아이돌이란 호감의 집대성이기 마련이고 대중, 특히 십대가 호감을 가지는 인간형은 한정되어 있다. 그 무수한 성격, 즉 캐릭터성을 모으고 모아 구성원의 수대로 '부여'한다. 아이돌 그룹은 예외없이 각각의 구성원들이 어떠한 캐릭터를 '연기'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아이돌계의 공전절후의 히트그룹 H.O.T 의 '우리들의 맹세' 의 뮤직 비디오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그들 각자가 가지는 이미지가 극대화된 영상에 팬들은 환호했고, 그 뒤에는 당대최강의 순정만화가 천계영이 있었다. 바꿔 말하자면 만화가가 창조해낸 등장인물과 같은 '전형성' 이 그들에게는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 치밀한 계산하에 구상된 캐릭터를 연기할 배우를 뽑는것인가, 배우가 가진 이미지와 상승 작용을 일으킬 캐릭터를 만드는 것인가? SM 같은 경우 전자를 선호한다. 기획 단계에서 어떠한 팀을 어떠한 식으로 만들겠다는 그림을 그려둔후, 남아도는 연습생 미소년 미소녀들 사이에서 적당한 아이들을 뽑아 '시킨다' .
자, 그럼 밀크는 어떠했는가?
우선 메인 보컬 서현진씨. 데뷔곡 'Come to me' 당시 그녀의 아이덴티티는 빵모자와 플레어 스커트로 대표되고, 정의되었다. 한국무용을 공부했다는 그녀의 프로필에서 상상할수있는 여성적 이미지를 스커트가 뒷받침하고, 베레모로 결정적 포인트를 주었다. 하지만 그 뿐이다. '대체 어떤 캐릭터인가?' 를 확실하게 어필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기획사에서 거의 원톱으로 밀었음에도.
리더 박재영씨의 양 갈래로 묶은 머리는 그녀의 귀여운 이미지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었다. 최 연장자 였기에 리더가 되었음에도 오히려 가장 어려보이는 외모와 무대매너가 프로필과는 정 반대. 모순적이게도 그것 또한 개성을 부여하는 전형적인 방법중 하나지 않은가.
개인적으로 캐릭터성을 가장 확실하게 드러낸 멤버는 그녀가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몇번 안되는 버라이어티 출연 중에서도 제일 튀는것은 그녀 였다. 몰래 카메라에서 우는 연기를 한것도 그녀, 방청객과 게임을 한것도 그녀. 차라리 서현진 씨 보다는 그녀를 전면에 내세웠어야 했는데. 문제는 실물이 어떻던 간에 네명중 사진이 제일 안받혀 준다는 것이었다.
나머지 둘 -김보미, 배유미씨- 은? 의상도, 헤어도 같다. 그렇다면 캐릭터가 확실한 차별화를 이루어야 할텐데 차별은 되었으되 그것이 상당히 어중간 했다.배유미씨 같은 경우 귀국자녀라는 그녀의 과거를 돋보이게 하기위해 방송 출연시 항상 영어랩을 하고 다소 서투른 한국어 발음을 강조했다. 문제는 그러한 방송 출연, 특히 마이크를 잡고 원샷으로 이야기할 기회가 팀에서 그나마 튀는 나머지 둘에 막혀 별로 없었다는 점이다. 게다가 데뷔 직전까지도 프로필에 명시되어있던 '팀의 막내' 라는 꼬리표가 기가 막히게도 '사실 생년월일은 서현진씨가 더 나중이다.' 는 것을 지적한 누군가 덕분에 서현진씨에게로 옮겨갔다. 정말이지 난데없이 이뤄진 캐릭터 수정. 그렇다면 확실하게 적응을 잘 못하는 외국계 어리버리 캐릭터로 승부를 걸었어야 했는데, 그러지를 못했다.
마지막으로 김보미씨는 어떤가? 아마 네명중 가장 먼저 얼굴을 알린것이 그녀였을 것이다. 신화의 뮤직비디오 'yo!' 의 주연 이었으니까. 결국 연기 경력과 좋게 말해 가장 '성숙한' 외모를 살릴 방도를 찾았어야 했는데 노래에서도 토크에서도 그녀의 존재감은 굉장히 희박했다. 그녀의 팬들은 'yo! 때부터 예쁘더라.' '연습생 중에서 유명했다.' 정도의 이유로 -'제일 마음에 들더라.' 는 네명 모두에게 해당되므로 빼자.- 그녀를 지지했는데 결국 이후 팬수의 증가율이 네명중 가장 낮은 멤버가 되어 버렸다.
이렇듯 그녀들은 기본에서부터 헛점을 드러내었다. 이것을 빨리 알아채어 방송 횟수를 늘리고, 확실한 기획을 세워 캐릭터성을 공고히 하면 그녀들은 지금까지 -는 무리더라도- 상당 기간 빛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최소한 데뷔 당시 이미지를 유지만 했어도 1집 이후 바로 사라지는 운명에서는 벗어났으리라. 1화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당시 여성 아이돌계는 무주공산이나 다름 없었으니까.
그러나, 세상이 그리 만만할리가 있나.
그녀들에게 엄습한 최악의 태클. SUGAR 가 등장했던 것이다.
SUGAR 는 정말이지 '싼티 나는' 그룹 이었다. M.I.L.K 의 등장에 고무되어 급조되었다는 것이 실로 빤히 보였다. 그렇다. 급조다. 다른 단어로는 수식이 불가능하다. 곡도, M/V 도, 멤버 구성도 'SAMSUNG' 을 가지고 만든 'SAMSONG' 같은 그룹이 슈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은 승리했다. 아직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왜?
그야말로 전략의 승리였다.
케이블 TV 의 신인 소개 프로그램을 위주로 얼굴을 알리고 있던 M.I.L.K 의 네명과는 달리 슈가는 일찌감찌 나머지 셋을 무시하고 아유미 하나만을 공중파, 그것도 개그맨들이 진행하는 버라이어티에 집어 넣었다. 공개 방송에서 '한국에 온지는 2년 되었어요.' 라는 그녀가 한국의 세살바기만도 못한 어휘력으로 압도적인 수의 공중파 시청자들을 웃기고 있을때 M.I.L.K 의 네명은 대체 뭘 하고 있었나? 뭘 하긴. 버로우 중이었지. 때는 세기말. 세기말적인 괴력난신한것이 뜨지 않겠는가? 그러한 시국에 웰메이드도 너무나도 웰메이드라서 뜨지를 못했던 것이다!
분명 기획사 측에서도 이러한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한국 연예계 최고의 파워를 지닌 SM 이 특단의 수를 쓰게된다. 일본의 쟈니즈, Hello Project 를 벤치마킹한 '한 회사 소속 연예인이 다해먹는' 방송을 SBS 에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것도 토요일 황금 시간대에. 그래놓고는 메인 MC 중 한명으로 서현진씨와 박재영씨를 교대로 배치한다. 물론 배유미씨와 김보미씨도 패널로 상당히 자주 출연했다.
이것이 희망의 빛이 되었을까? 안타깝게도 그러지 못했다. -_-
근본적으로 이 프로그램. 정말 지질라게 재미 없었다. 강타, 유진 등은 신동엽, 강호동 등에 비해 진행을 너무 못했다. 프로그램 구성은? 연출은? 속된말로 안습 그 자체였다. 내가 M.I.L.K 빠돌 팬이기는 하다만 도저히 참고 봐줄수가 없었을 정도. 농도의 차원히 완전히 틀린 S.E.S, H.O.T 등의 팬들도 그러기는 마찬가지 였던것 같다.
게다가 M.I.L.K 는 선배들한테 너무나도 밀렸다. 인기가 안되면 최소한 튀기라도 하던가. 튀지도 못해, 그렇다고 나머지 출연자들이 노골적으로 띄워주지도 않어. 이건 뭐 셋트인지 MC 인지 패널인지 구분이 안가는 수준이었다.
결국 충격적 데뷔곡 'Come to me' 이후로 문희준 프로듀스, 피쳐링의 불후의 명곡(!) 'Crystal' 마지막 희망이었던 발라드 'Sad Letter' 모두 몇번 불러보지도 못하고 조용히 사라져 버렸고,
"2집 기대해 주세요~" 라는 망한 가수의 상투적 대사를 마지막으로 쥐도 새도 모르게 공중 분해되었다.
내
내 변덕으로 연재를 중지했고 아마 다시 재개되는일은 없을 것이다. 변덕이 그리로 가더라. 그래서 제일 중요한 이야기를 따로 떼어 쓰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유머러스하게 쓰려고 했건만. 그게 어려웠다.
PS. 예의상 이글루스에도 올린다. 이 시리즈는 당분간 공개다. 누가 보면 블로그 연린줄 알겠군.
# by | 2006/07/06 17:02 | 萬流書庫 (人物) | 트랙백(1) | 덧글(3)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제목 : 소녀가장들을 응원합니다
꽤 오랫동안 묵혀둔 글을 이제서야 발행한다. 웅크린 감자님께서 생계형 아이돌 '카라'의 한승연이라는 포스팅을 하셨는데 - 본인은 이 글에 대해 부정하지 않지만 - 사실 한승연이 딱히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별 쓸데없는 사족을 달자면 역시 '생계형 아이돌'보다는 센스쟁이 스덕후들이 만들어낸 최고의 별명 '소년가장' 이영호를 본딴 '소녀가장'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진보쉰당의 소녀가장 -_- 심선생님, 집회 나가면 열라 무섭다고 한다 이는......more
하드에 밀크 자료 아직 2GB 정도 있군요.
아 물론 슈가자료는 10GB 정도 됩니다.